2020. 11. 3. 22:28ㆍ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지은이 : 올리버 색스
옮긴이 : 조석현
펴낸곳 : 알마출판사
"영혼의 해부학"
지성, 감성, 도덕, 문화, 예술, 추상화 등등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특질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특질들을 특별한 것이라고 여겼고 그 특질의 근원 또한 특별한것으로 여겨 마음 혹은 영혼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영혼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느냐하는 생각은 문화권마다 다르지만 영혼의 존재, 인간 특질의 근원을 어떤 단일한 실체로 생각한 것은 보편적 현상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여러가지 측면을 가집니다. 그 여러 가지 측면들 중에서 특정 영역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기묘한 증상들에 대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세세한 디테일은 읽어내지만 전체를 인지하지는 못하는 사람, 왼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기억을 축적하지 못하고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있는 사람, 숫자에 대해서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인지하는 사람 등등
모든 경우들을 살펴보면 마치 인간의 정신을 여러 부품들로 분해하는 듯한, 혹은 해부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이 부품들이 온전히 조립된다면 정상적인 인간의 정신이 되겠죠.
옴니버스 형식의 이 책 전체가 마치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화학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의 증거를 열거해주는 것같습니다.
'마음은 신경화학적 작용에 불과하다'는 인간의 정신의 정체에 대해서 뇌신경과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투브에서 김창욱 교수가 우울증으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았던 경험을 얘기하는데 의사가 건조하게 대응하여 상처받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그 의사는 정신적 현상의 원인이 기계적인 것인줄 알았기 때문에 그런 태도가 나온 것이 아닌가합니다.
올리버 색스는 그렇게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반대하여 병의 너머에 있는 존엄한 인간을 보라고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책이 쓰여진 80년대 초반에도 이미 의사들은 인간의 정신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줄 알았던겁니다.
이 책은 기묘한 증상에서 시작하여 증상 너머의 인간을 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세계에 종교를 갖고 있는 인구수를 생각할 때 미신이 활개를 치는 이 세상에서는 증상 너머의 사람을 보기 전에 영혼 따위는 없다는 차가운 진실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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