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기계의 진화

2020. 8. 31. 22:55

꿈꾸는 기계의 진화

지은이 : 로돌프 R. 이나스

옮긴이 : 김미선

펴낸이 : 송주영

펴낸곳 : 북센스

 

마음은 뇌신경이 만들어내는 자연현상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 이나스는 영혼이라는 관념을 배제하고 우리의 뇌가 어떻게 마음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지 설득력있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1. 뇌는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하다

흔히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보는 시각의 연장선으로 정신활동과 육체활동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독서를 하는 행위와 라켓을 들고 테니스를 치는 것을 다르게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뇌의 본질은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합니다. 

식물은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경계가 없습니다. 멍게와 같은 경우는 유생시절에는 올챙이처럼 생겨서 헤엄을 치고 다니지만 일단 뿌리를 내리고나면 신경과 근육을 소화해 버린다고 합니다.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2. 감각, 조정, 운동 

생존을 위해서 유리하거나 불리한 외부조건을 감지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감각입니다. 감지를 했다면 피하던지 다가가던지 해야할 것입니다. 그것이 운동입니다. 그 사이에서 감각과 운동을 연결하는 것이 조정, 즉 신경이 하는 역할입니다. 정교한 감각과 정교한 운동에 정교한 조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신경이 좀더 복잡하게 진화했다고 합니다.

 

3. 신경계는 계획하기 위해 진화했다

운동이 생존에 좀더 보탬이 되기 위해서 예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야구에서 수비수가 뜬 볼을 잡을 때 공의 현재 위치를 향해서 손을 뻗지 않습니다. 공이 지나가리라 예측되는 궤도 상에 앞질러가서 미리 손을 뻗습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 스마트폰을 보면서 내려가다 보면 가끔씩 다 내려갔는데 더 내려가려고하다가 균형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헛디디기도 합니다. 예측이 잘못되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죠. 

 

4. 뇌는 이미지를 시뮬레이션한다

백지 상태의 뇌에 오로지 감각으로 받아들이 자극이 처음부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모든 이미지는 뇌에서 만들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예측을 합니다. 감각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내부 이미지에 수정을 가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이미 모든 이미지가 뇌에서 만들어져있다는 것은 꿈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잠을 잘 때 외부에서 감각신호는 가해지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극과 별도로 꿈을 꾸게 됩니다. 심지어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꿈을 꿀 때 없는 날개를 퍼덕이는 감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뇌는 외부와는 독립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깨어있는 상태는 감각이 인도하고 형성하는 꿈

...중략...

일상적인 꿈은 감각과 전혀 관련이 없음"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의 가상 모형을 건설하는 꿈꾸는 기계이다"

 

5. 뇌는 현실을 사상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수학에 보면 mapp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사상이죠. 신경의 활성 패턴으로 외부세계를 사상합니다. 그리고 그 사상된 이미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패턴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컴퓨터가 계산을 하는 방식과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나스는 "뇌는 실제로 아무 것도 계산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6. 자아는 예측의 중심이다

된장찌개를 보면 그 냄새는 코로, 색과 형태는 눈으로, 끓는 소리는 귀로, 뜨거운 열기는 피부로 전해집니다. 그러한 독립적인 감각들은 하나로 "통합"되면서 '된장찌개'라는 단일한 실체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통합은 우리 몸에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모든 움직임에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조절이 필요합니다. 걸음을 걸을 때 왼발이 바닥을 뒤로 밀면 오른발은 앞으로 나가며 골반도 그에 따라 미묘한 조정을 합니다. 얼룩말이 사자를 만나서 도망을 가려는데 앞다리는 왼쪽으로 가려는데 뒷다리는 오른쪽으로 가려고한다던가 하지 않죠. 

이런 모든 통합의 중심이 '자아'입니다. 그래서 자아라는 것은 가상이고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체를 가지지 않는 중심이 이상한 개념에 대해서 저자는 멋진 비유로 설명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 미국을 '엉클 샘'이라고 부릅니다. 신문기사에 '엉클 샘, 베오그라드를 폭격하다'라고 하면 미국 군대가 베오그라드를 폭격했다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엉클 샘이라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죠. 한국을 예로 들어보면 '대한민국이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훌륭하게 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어떤 실체가 있는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그저 편리한 개념 상으로만 존재합니다.(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국가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하죠)

예측하고 행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감각과 운동에 대한 가상의 중심을 만든 것이 '자아'입니다.

 

(재밌는 점은 자아가 가상의 것이고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뇌에서 신체의 일부를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의 다리를 남의 다리로 인식하기도 한답니다. 또한 "광적인 스포츠팬에게는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자기 자신의 연장이다"라는 부분에서 보듯이 확장도 가능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분들도 자아가 국가에 까지 확장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것이 모두 자아가 실체가 없고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이죠.)

 

유시민씨나 이적씨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되었다"라면서 개안을 하게 된듯한 느낌을 피력한적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꿈꾸는 기계의 진화'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나라는 것은 영혼일까? 아니면 신경계 현상에 불과한걸까?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 그저 주장만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까지 근거를 들어서 명쾌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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