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1. 09:39ㆍ유튜브&방송 리뷰
책읽어드립니다 1편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해서 나왔습니다. 거기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피엔스에서 국가, 돈, 종교같은 것은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 부분에 대해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한다는 것은 그냥 사실이고 기분 좋거나 나쁠 것도 없고, 정의롭거나 불의하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죠. 그냥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세시대에는 그것이 나쁘고 불의한 것이었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해질지도 모를 위협을 받았죠. 가치가 사실에 간섭하려고할 때 벌어질 일을 경계하자는 취지에서 저런 말을 한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교수가 이에 대해서 반론을 꺼내는데 상상의 가치가 과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어디서 왔는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과학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명색이 의대교수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문제점을 짚어보려고합니다.
먼저 과학의 가치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같군요. 과학이 하는 중요한 일은 사실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객관적 사실, 주관적 의견 중에 객관적 사실을 추구합니다. 아직 과학이 발전하지 못하던 시절 좋은 말로 하면 상상,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망상으로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로 알지 못했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 일쑤였죠. 예를 들면 잉카에서는 산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다음 날 해가 뜨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매일 인신공양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사람에겐 태생적인 계급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카스트 제도가 있습니다. 대항해시대 때는 흑인은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막 다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인신공양을 하지 않아도 해는 뜨고, 사람에겐 태생적인 계급이란 없습니다. 계급이란 사람이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사피엔스에서 국가가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하는 것처럼요. 흑인은 생물학적으로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실을 바로 봄으로써 미신과 야만으로부터 벗어나서 문명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상이 사실의 빈자리를 메꿔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가 찹니다.
상상이 사실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백한 이유를 다음의 비유로 설명하고 싶군요. 두 친구 덕배와 익현이가 영화관에 가서 아이언맨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왔습니다. 영화를 본 다음날 덕배는 직장으로 출근을 했고, 익현이는 토니 스타크를 만나러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탔습니다.
즉, 상상을 상상으로 두면 정상인이 되지만 상상이 사실을 침범하게 내버려두면 광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윤대현 교수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는 증거로 제시한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은 이미 과학이 밝혀냈거나 확증되진 않았지만 정답에 거의 근접해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죠. 마치 중세시대 로마교황청이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듯이 말입니다.
인간은 자기복제를 하는 분자가 진화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은 단백질 기계로서 죽으면 끝입니다. 영혼같은건 없습니다. 영혼은 상상의 산물이죠. 따라서 죽어서 어디가거나 하는건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촛불과 같습니다. 타는 물질, 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 이 세가지 요소가 갖춰지면 불이 생겨납니다. 어딘가에서 불의 혼이 양초에 깃들어서 촛불이 되는 것이 아니죠. 세가지 요소 중 한가지만 사라져도 촛불은 꺼집니다. 그렇다고 불의 혼같은 것이 없으니 촛불이 어딘가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런 영혼이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니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단일한 실체를 가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굳이 그런 실체가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진화론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사실과 같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다윈 혁명의 함의는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 동물학은 아직도 소수의 연구 분야이며, 동물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조차 그 깊은 철학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유전자와 진화론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의대교수가 모른다는 것은 그가 어떤 종류의 지식인인지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의학지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과학자와 단지 지식만을 갖춘 기술자입니다.
정대현교수는 아무래도 의료기술자인 것같습니다.
'유튜브&방송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현의 자유 (from 비정상회담) (0) | 2020.05.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