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5. 11:53ㆍ책

아름답고 우아한 물리학 방정식 : 세상을 이해하는 15가지 법칙들
지은이 : 브뤼노 망술리에
옮긴이 : 김아애
펴낸곳 : (주)출판사 클
물리학에 대한 대중서를 보면 ‘우아하다’라던가 ‘아름답다’라던가 말들을 한다. 이해하는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목적은 아무래도 이러한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같다. 책 모든 곳에서 열정적으로 수식의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대개 수식이 아름답다고 할 때는 그 수식이 가리키는 질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수식의 질서에서 오는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이런식이다.
‘외관상으로도 위엄을 갖추고 있다. 방정식 네 개가 꼭 사원의 전후, 양측의 4개면같고 ∂, ∇ 등 디자인적 요소가 많은 부호들은 마치 사원의 상부 장식과 프리즈(건물 외벽 상부에 둘러져 있는 띠모양의 부조 장식-옮긴이)처럼 보인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면 저자도 그 친구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 별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인 것같다. 다만 나는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감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지가 궁금해서 읽었다.
이 책은 이미 물리공식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울게 없다. 그리고 물리공식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지도 못한 것같다. 물리공식의 아름다움은 공부해보고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물리학자의 소탈한 생각을 알고 싶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자라고 하면 뭔가 '어마어마한 이해불가의 무엇'같은 느낌이었는데 저자의 글에서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지능을 가진 평범한 인간의 냄새가 느껴졌다.
========================
어느 책을 읽어도 그렇듯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들이 있다. 이 책에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 물질은 연속적이다. 무한히 나눌 수 있다."
수직선에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고 선분은 무한히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우리의 수리적 직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지만 수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진리가 아니다. 차라리 물리세계에 대한 직관적 감각의 기호화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원자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고체가 액체로 융해된다는 사실을 주요 논거로 삼았을 것이다. 실제로 고체를 가열해 액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물질은 그 성질을 잃지 않는다. 둘의 형태는 매우 다르지만 여전히 같은 물질이다. 이러한 변형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체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고체와 액체는 원자의 배열만 달라진다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보통 원자론에 대한 추론을 '무한히 나눌 수는 없을 거야. 언젠가는 기본 알갱이에 도달하겠지. 그 기본 알갱이를 원자라고 부르겠다'라고 배운다. 그런데 작가는 이에 대해서 고대의 사람들이 물질을 연속적인 것으로 본다면 충분히 무한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배우는 추론은 설득력을 잃는다. 나는 작가의 이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다음에 누가 원자론의 배경에 대해서 물으면 이렇게 답해야겠다.
"산업혁명은 우리가 물질을 이해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전에 [부분과 전체]를 읽을 때 보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러가지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거치더라도 철원자는 철원자로 있다. 고체는 딱딱하고 허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물질의 안정성은 고전역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전역학이 물건에 대한 물리학임을 다시 상기시켰다.
"처음 전자기학을 배울 때 마치 종교 단체에 입단하는 것처럼 느꼈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그랬다. 아마도 모든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을 배울 때(전자기학 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물리학 과목을 배우더라도..) 이러한 느낌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하게 나는 물리학 교재를 펼칠 때 마치 고대의 비전마법서, 혹은 무협지에서 은거기인의 비급을 펼칠 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느낌이 공부를 하는데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 준다. 하지만 한편으로 물리학을 보는 시선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냉철함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과학이 아니라 망상이 되기 쉽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냉철한 합리성이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부정적이라고 보고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잭슨'에는 각 챕터의 마지막에 연습문제가 있다. 이 연습문제를 다 푼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이 사람들끼리는 처음 만나서 악수를 할 때 손가락의 특정 위치라든지 대수롭지 않은 대화를 하는 도중에 암호를 교환한다든지 하는 몇 가지 비밀스러운 신호로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등학교 때는 잘 풀릴 때는 하루에 문제집을 한권씩 풀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교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문제 하나하나가 힘겹다. 그래서 우리끼리 소문에 '어느 교수님은 학부때 arfken 수리물리학의 연습문제를 다 풀었다더라'느니 '어느 교수님은 무슨 무슨 교재의 연습문제를 다 풀었다더라'느니 하는 얘기가 나돌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 머리의 아둔함에 침울해지기도 하였다. 저자도 교수급의 전문과학자임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걸 보니 '평범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과학자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지금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분명 주변에서 걸출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을 것이고 의기소침할 것이다. 위의 문장을 보고 더이상 의기소침하지말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뛰어난 물리학자인 잭슨(2016년 5월 사망)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사실 그의 책에서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술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바로 잭슨이 가진 천재성이라고 생각한다. 맥스웰 방정식이 금이라면, 잭슨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최고의 보석세공사다."
나무위키에 폰 노이만 문서에서 일화를 보면 리처드 파인만은 폰 노이만처럼 살아있는 컴퓨터처럼 암산에 능한 '타입'의 천재는 아니었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똑같은 물리라는 분야에서 똑같이 '천재'라고 불렸던 두 사람이지만 천재에도 타입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위의 글을 보면 잭슨 또한 천재라고 하고 타입이 다를 뿐이라고 한다. 물리학이나 수학에 몸을 담으면 정말인지 기가막힌 천재들을 만나고 의기소침해진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학생들은 의기소침해지지 말았으면 한다.(내가 의기소침했었기에 하는 말이다.) 노이만처럼 컴퓨터같은 천재도 있고(물론 혁신적이기도하지만….), 파인만처럼 기발한 발상을 잘 하는 천재도 있으며, 잭슨처럼 정교한 기술의 천재도 있다. 닐스 보어와 같은 경우도 고등 수학에 그렇게 능하지는 않아서 발표를 들을 때 고등수학이 나오면 애를 먹었다고 한다.(부분과 전체에서 ) 하지만 그는 철학적 직관과 해석에서 천재였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물리학과 수학과 학생들도 어떤 타입의 천재일지 아직 모른다. 기죽지말고 자기안의 천재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다윈은 화석과 지질 구조를 관찰했고, 이로부터 생물 종이 자연적 진화를 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가 수억 년이라는 사실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태양이 이렇게 오랜 기간 연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오늘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다윈주의에 반대했다!"
'부분과 전체'에서 18세기에 과학적 합리주의가 퍼지면서 하늘에서 돌이 떨어진다는 교회와 수도원의 보고를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를 두고 과학의 한계라느니 진실은 변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말을 섣불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실은 하늘에서 돌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며 생물은 진화한다는 것이다. 진실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지했었고 그것이 개선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점에서만은 옳았다. 현상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돌을 신이나 악마가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자연과학적인 이유에서 떨어진 것이다.
"우리의 감각에 기반한 직관이 우리가 관찰한 사건에 대해 원인과 메커니즘을 찾아내기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중략……
자연은 우리 감각이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는 바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우리의 논리적 사고조차도 무엇이 맞고 그른지에 대한 감각조차 진화에서 비롯된 것일까?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사피엔스 (0) | 2021.04.26 |
---|---|
[책 리뷰] 공부에 미친 사람들 (0) | 2021.03.06 |
[책 리뷰]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0) | 2021.01.29 |
[책 리뷰] 부분과 전체 (0) | 2021.01.28 |
[책 리뷰] 백만장자 시크릿 (0) | 2021.01.25 |